나의 이야기

서서 소변을 볼 권리

록원 2015. 2. 5. 22:32

서서 소변을 볼 권리

 

최근 독일에서 남성이 서서 소변을 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남성도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사회적 압박이 심한 독일에서는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사는 한 세입자가 임대기간 만료 후 집주인이 보증금 일부를 돌려주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서서 소변을 봤고 소변이 변기 밖으로 튀어서 화장실 바닥이 변색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남성이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은 역사적 관습이라며 집주인에게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미 독일에서는 남성들 상당수가 앉아서 소변을 본다.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은 비위생적이며 여성을 배려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있다. 변기 뚜껑을 열면 “서서 오줌을 누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경고 음성이 나오는 곳도 있다. 소변 보는 자세에 따라 남성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다르다. 서서 일을 치르는 남자들은 ‘stehpinkler’, 그 반대인 남자들은 ‘sitzpinklers’라고 한다. 후자는 여성에게 칭송을 받는다. 

다른 나라에서도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은 남성 중 40% 이상이 그렇게 한다. 대만에서는 2012년 당시 선스훙 환경부 장관이 좌식으로 소변 자세를 바꿨다며 남성들에게 동참을 요구했다. 스웨덴에서는 입식 소변기를 철거하자는 주장이 종종 나온다. 한국에서도 아내와 딸 요구에 못 이겨 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성이 늘고 있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서서 소변을 보는 자세에서 남성 우월감의 계기를 찾았다. 여아는 그런 남아에게서 보이는 남근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열등감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류시인 이규리는‘앉아서 오줌 누기는/ 몸에 난 길이/ 서로 다른 때문이라 해도/ 젖은 사타구니처럼 녹녹한 열등 스며 있었을까’라고 시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들이 그런 열등감을 느끼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다고 남자들에게 앉아서 오줌 누라고 강요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 남녀가 서로 차이를 인정하라는 게 판결 취지일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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