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운(浮雲)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空手來空手去 공수래공수거
是人生 시인생
태어남은 어디서 오며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生 從 何 處 來 생 종 하 처 래
死 向 何 處 去 사 향 하 처 거
태어남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뜬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는 것
삶과 죽음도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也去來亦如然 생야거래역여연
독존(獨存)한 한 물체가 있어 항상 홀로 드러내며
담담히 삶과 죽음에서 벗어나 있도다.
獨有一物常獨露 독유일물상독로
澹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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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有一物 : 永遠(영원) 常住不變(상주불변)의 의미 .
生滅에 따르지 아니하고 홀로 들어나 독존함. 유아독존과 유사의미.
獨有一物常獨露 :
세상 만물은 生死去來를 하는데
오직 한 物體인 부처님은 영원토록(常) 존재한다는 의미
露 : 드러내다
獨露 : 佛家의 용어로 疑團獨露의 준 말의 의미
澹然 : 주의하지않다, 개의지 않다,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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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에도 獨露란 단어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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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 인적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내 마음을 살펴 본다면
비로소 허망한 생각이 살아지고
진정으로 홀로임을 깨닫게 된다.
매양 이런 가운데
크게 신묘한 마음가짐을 얻게 될 것이다.
이미 진실이란 것을 터득했지만
망념에서 벗어나기 어렵단 걸 깨닿게 된다면
또한 이런 가운데
큰 부끄러움이 뭔지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機趣(기취) 의 사전 풀이
機趣 는 천취(天趣), 풍취(風趣)와 같다.
기 (機)는 기이한 정신(奇之精神), 취(趣)란 기이한 풍치(奇之風致)를 말한다.
[猶天趣,風趣。機者,傳奇之精神;趣者,傳奇之風致]-출전[漢語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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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시 부운(浮雲)은
고려 공민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懶翁和尙)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염불을 배운 뒤 지은 시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글이 많아서 사실 여부는 미심적습니다.
부운(浮雲)은
「삶과 죽음이란 한 조각의 뜬 구름과 같은 것이다.」
(生死如一片浮雲)
를 노래한 뛰어난 禪詩입니다.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본디 온 곳으로 간다.」
불가(佛家)의 선문답(禪問答)에 기저를 두고 있습니다.
나옹이 젊어서 친구가 죽는 것을 보고,
「죽으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으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불가에 귀의하여 득도하였다고 전합니다.
죽을 병을 걱정하는 도반(道伴; 불도를 함께 닦는 벗)에게
나옹(懶翁)은
「육체는 사대환신(四大幻身)이기 때문에
병이 몸 안에 있을 수도,
몸 밖에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가 수행이란
현애살수(懸崖撒手)라 하여
고행(苦行으로 일관했다고 합니다.
현애살수(懸崖撒手)란
'낭떠러지 끝에 매달린 손을 놓아버린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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