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부처님
저도 가냘픈 여자입니다.
저에게도 눈물이 있는 여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척
눈물조차도 사치라고 여기면서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부처님
이제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어깨 위에 올려 진 세상의 짐
내려 놓을 곳이 없다면
마음이라도 내려놓고
조금 쉬었다 가면 아니 될까요?
부처님
이제는 몸도 지치고
무게 없는 마음조차 무거워집니다.
부처님
이제는 영원히 머물 곳으로 가는 날이
자꾸만 앞으로 다가옵니다
저도 잠시 쉬어가면 아니 될까요?
부처님
이제 저에게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눈물이 없음은 강함이 아니라
흐르고 흘러서 이제는 나올 눈물이 없음입니다.
부처님 너무 그러지 마세요.
여자를 울리는 남자는 미워요.
부처님은 그런 남자는 아니시지요?
*** 나태주 시인님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라는 시를 카페에서 읽다가 갑자기 부처님에게
어린 아이처럼 투정부리고 싶었습니다.
되지 않는 것을 이루게 하여 달라고
기도하는 중생의 마음도 애달프지만
그를 들어주지 못하는 부처님의 마음도 어찌 할까요?
기도도 때로는 사람을 지치게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하늘을 바라보면
살아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계간 <시와 시학> 2007년 가을호 -
나태주 아내가 쓴 글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