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정에 대하여 한 마디-

록원 2016. 1. 9. 16:58

2016/01/09(토) -우정에 대하여 한 마디- 

 

가까운 사람들이 다 친구는 아닙니다. 영어 속담에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 deed”라는 속담이 있는데, 만사가 잘 나갈 때 가까운 사람이 다 친구는 아니고 ‘어려울 때’에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는 뜻입니다.

90년에 초에 IMF의 한파가 몰아쳤을 때 자살한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는 절친했던 친구의 배신을 참지 못하고 자살한 이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들은 비극은 이렇습니다. 사업을 잘 하던 젊은 기업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IMF가 갑작스레 밀어닥치는 바람에 도미노 현상이 벌어져 기한 내에 채무를 이행할 수 없어 부도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투자 삼아 돈을 맡긴 친구들이 몇 있었나 봅니다. 이것들이 앞을 다투어 찾아와서 “내 돈부터 갚으라”고 야단하는 바람에 이 젊은 기업인은 어안이 벙벙하여, “저 놈이 나에게 이럴 수가 있나!”하는 분한 생각에 처자를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다 때려죽이고 사장은 고속도로에 달리는 차에 몸을 던져 자살함으로 일가 몰사의 비극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만일에 한 친구라도 “내 돈은 안 갚아도 된다.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였더라도 이 사장이 그런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 더 슬픈 마음이 생깁니다. ‘술친구’ ‘놀이친구’야 어디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친구가 많다는 말은 친구가 없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좋은 친구를 얻는 길은 그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그 길 뿐이랍니다.

나의 스승 함석헌 선생이 이렇게 읊었습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 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