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희생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5명 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지우산-종이 우산
사랑은 이기적인 감정인 동시에 이타적인 감정이다. 그러므로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도 사랑할 수 없다. 이 시는 바로 그런 사랑의 의미를 시인의 자조 섞인 음성을 통해 되돌아보게 한다.
김수영은 여섯 살 아래 김현경과 연애결혼을 했지만 순탄치 않은 사랑을 겪어야 했다. 결혼한 해 6.25가 터져 북한군 포로가 돼 북으로 끌려간 김수영은 남으로 내려와 거제도 수용소에서 두 해를 보냈다. 그 사이 남편의 생사를 몰랐던 김현경은 김수영의 친구 이종구와 살게 됐다. 전쟁 후 풀려난 김수영은 아내를 찾아가 다시 결합하자고 거듭 호소했다. 처음엔 김수영에게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젓던 아내도 더 외면하지 못해 다시 합쳤다.
그러나 한 번 깨진 사랑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라고 크게 다르겠는가. 마누라를 패고 집으로 와서는 남의 이목이 두려워 전전긍긍하고, 두고 온 지우산 따위에 연연하는 이 소시민이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그는 이 일을 왜 이리 크게 떠벌리고 있을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남에게 희생을 당할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는 구절이다. 뒤집어보면 이 말은 자신은 살인할 배짱도 용기도 없다는 것, 즉 남과 자신을 사랑할 각오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은 둘만의 경험이다. 내 눈에 그 만 들어올 때, 둘의 사랑은 시작된다. 내 ‘범행’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때, 그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지금-여기, 쇼윈도부부, 무늬만 부부, 각방 부부로 사는 우리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순아 시인)
조각가 로뎅은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에 3번이나 낙방했고, 아버지마저 실직하자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여동생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고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수도사 권유로 다시 일하게 된 그는 작품을 내지만 너무 사실적인 묘사라는 이유로 낙선하게 됐다.
삶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며 여행하던 그는 이탈리아에서 크게 영감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청동시대’를 발표했다. 많은 고민과 좌절로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의 작품은 근현대 조각 미술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 좌절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는 명인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중국인의 지혜로운 상인 정신이 담긴 책 스유엔(史源)의 《상경(商經)》의 글 가운데 일본 최고의 공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 학생은 미쓰시타 회사 입사 시험에 응모했다. 그러나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빠져 있었다. 수치심과 분노에 학생은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
다음 날, 전보가 한 장 날아왔다. 입사시험 수석 합격자인데 전산 처리에 문제가 생겨 빠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회사 인사부의 책임자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 소식이 그룹의 총수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귀에 전해졌을 때, 그의 반응은 엉뚱했다.
“이 학생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은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회사가 이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정도 좌절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봐서 그 학생의 심리적 자질이 형편없으며, 회사의 중요한 자리에서 좌절을 만날 경우 충동적인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1664년 아이작 뉴턴이 나이 21세 때 런던에 흑사병이 발생, 수백 명이 죽었다. 전염병은 그 이듬해에 더 무섭게 번져 많은 사람이 시골로 피신하기까지 했다. 뉴턴도 학업 중단이란 절망감을 안고 케임브리지 대학을 떠나 외가인 울스소프라는 작은 마을로 피신했다. 어느 날 오후 점심을 마친 뉴턴은 의자에 앉아 명상을 즐기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사과를 봤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이렇게 고난의 때에 발견된 것이다.
작은 좌절에 스스로 무너지면 구제해 줄 사람이 없다. 성공의 맛은, 승승장구해 이룬 것보다 좌절과 실패를 딛고 얻은 것이 더 달고 맛있다. 사람은 일시적 역경이나 고난의 극복을 통해서 강해진다.
'Una vergine, un angel di Dio' from La Favorita (Act 1)
Gianni Raimondi (19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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