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그날 제가 1등 상을 타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시지요?
그날 엄마는 너무 몸이 아파서
술도 못 드시고 울지도 못하셨어요.
그런데 그날 저녁에
뜻 밖에 손님이 찾아오셨어요.
글짓기의 심사위원장을 맡으신
할아버지 동화 작가 선생님이
물어 물어 저희 집에 찾아오신 거예요.
대접할 게 하나도 없다고 할머니는
급히 동네 구멍가게에 가셔서
사이다 한 병을 사 오셨어요.
할아버지는 엄마에게
'똑똑한 아들을 두었으니 힘을 내라'고
위로해 주셨어요.
엄마는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엄마가 일하는 술집에 내려가 계시면
약주라도 한 잔 대접하겠다고 하니까
그 할아버지는 자신이 지으신 동화책
다섯 권을 놓고 돌아가셨어요.
저는 밤 늦게까지 할아버지께서 지으신
동화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책갈피에서
흰 봉투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펴 보니 생전 처음 보는 수표가 아니겠어요.
엄마에게 보여 드렸더니 엄마도 깜짝 놀라시며
"세상에 이럴 수가....
이렇게 고마운 분이 계시다니"
말씀하시다가 눈물을 흘리셨어요.
저는 마음 속으로 '할아버지께서 오셨지만
사실은 예수님께서 주신 거예요' 라고 말하는데,
엄마도 그런 내 마음을 아셨는지
"애 용욱아, 예수님이 구원만 주신 것이 아니라
50만원도 주셨구나."라고 울면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할머니도 우시고 저도 감사의 눈물이 나왔어요.
동생 용숙이도 괜히 따라 울면서 "오빠,
그럼 우리 안 쫓겨나구 여기서 계속 사는 거야?"
라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