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도둑질과 성희롱

록원 2018. 3. 9. 12:36


 


도둑질과 성희롱


“프랑스혁명 직전 날품팔이를 하던 노동자인 장발장은 누이동생과 일곱 명의 조카를 부양하며 살아가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남의 상점에서 빵을 훔친다. 도둑이 된 장발장은 주인의 신고로 체포되었고 빵 하나를 훔친 죄로 5년 형의 선고를 받게 된다. 장발장은 틈만 나면 탈옥을 시도하였고 다시 체포된 후에는 가중처벌로 형이 19년으로 늘었다.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의 감방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13년 만에 만기 출옥한 장발장은 사회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탔다. 빵 하나 훔친 죄로 13년이나 감옥살이를 하였으니 돈 없고 빽 없는 장발방은 인간과 사회와 국가에 대하여 분노의 이를 갈았다”


위의 글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불”의 앞부분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청소년시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빵 하나 훔쳤다고 19년이라는 형을 선고한 재판관에게 깊은 증오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타락한 권력과 사회제도와 맞서 싸우는 장발장을 존경하였습니다.

장발장에서 보듯이 사람은 원래 누구에게나 어려움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도심(盜心)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도심을 이성으로 극복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이라고 봅니다. 속담에 “사흘 굶고 담 안 넘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배가 고파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허기를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예쁜 아내와 함께 좋은 집에서 살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원초적인 최소한의 욕망이며 이를 위한 노력이 성공하면 부자가 되고 실패하면 가난한 사람이 됩니다. 좋은 옷을 보거나 좋은 자동차를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물건에 욕심이 납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서 갖고 싶은 물건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는 도심이 발동합니다. 그것이 견물생심입니다.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물욕 즉 소유욕은 인간만이 갖는 독특한 관념이자 본성입니다. 예쁜 여인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소유해보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리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다만 인간은 도덕과 이성으로 그 욕망을 다스릴 줄 압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선하며, 나쁜 행의는 물욕에서 생겨난 후천적인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이를 성선설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며 선한 행위는 교육이나 수양 등 후천적인 작위(作爲)에 의해서 하게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이를 성악설이라고 합니다. 나는 순자의 성악설을 성선설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동물은 본성에 의하여 사납기도 하고 순하기도 하지만 사람은 천성·교육·경험·이성·감화 등에 의하여 악한 본성이 서서히 착한 사람으로 변해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 중에서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실례에서 봐도 성악설이 맞는다고 봅니다.


나는 아주 가난한 교육자의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습니다. 식구가 많다 보니 6.25를 겪으면서 형제들 중 큰 형님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제때에 중학교에 진학한 사람이 없습니다. 둘째형은 1년, 셋째형은 2년, 넷째형은 3년, 나는 2년을 놀다가 각각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1950년대는 밥을 굶듯이 한 시대이다 보니 웬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않으면 제때에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은 드물었습니다. 국민소득이 57불밖에 안 되는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사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나는 중학교 때 어머니 몰래 광에서 그 귀한 쌀을 2되 쯤 책가방에 넣어가지고 쌀집에 가서 팔아 노트 등 학용품을 샀습니다. 1차로 바늘 도둑이 된 것입니다.


중학교 2학년 때입니다. 나는 2년을 놀고 중학교에 입학하였기 때문에 당시 나이가 17세였습니다. 어느 날 나는 교장선생님이신 아버지의 가방을 몰래 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방 밑바닥에  여러 번 접힌 채로 놓여있는 5천환짜리 한 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5천환짜리 한 장이면 먹고 싶은 것도 사먹고 읽고 싶은 책도 살 수 있겠다는 도심이 발동하여 그만 그 5천환을 훔치고 말았습니다. 도둑질이 가장 나쁜 짓이라고 가정과 학교에서 수도 없이 배웠지만 순간적으로 도심이 발동하여 그 큰돈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말았습니다. 당시 한국은행 물가지수에서 확인해 보니 지금 화폐가치로 약 5만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바늘도둑에서 소도둑이 되고 말았습니다. 며칠 후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눈에 번개가 치는 것만큼 화끈한 뺨 한 대를 얻어맞고 말았습니다. 헌데 나쁜 말로 하면 궁측통이라 할까요 묘하게도 약 1주일 전에 사업을 하시는 막내작은아버지께서 집에 들리셔서 학용품 사 쓰라고 5천환을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뺨을 맞고 난 후 잘못을 빌기는커녕 아버지께 그 돈은 작은아버지께서 주신 돈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교육자 아들이며 소위 양반집 자손이 도둑질을 하고도 이렇게 거짓말까지 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손길은 멈추셨고 후에 작은아버지께서 사실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 이상 혼나지는 아니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2차로 바늘도둑에서 소도둑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 #me too 때문에 세상이 몹시 시끄럽습니다.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대학교수에서부터 노벨상후보에 오른 시인, 그리고 엄숙한 법관, 연예학과 교수, 초중고 교사, 만화인, 운동선수 코치, 정치인에 이르기 까지 소위 갑질을 할 수 있는 사회의 지도자들이 성적 본능을 참지 못하고 을의 위치에 있는 제자나 부하들을 엽색의 호구로 삼았음이 만천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초중고생들도 들고 일어나는 #me too의 도미노현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감춰진 더러운 하수구에서 썩은 냄새가 폴폴납니다. 갑의 위치에서 을에게 원하지 않는 성적희롱과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또 다른 성의 도둑질 행위입니다. 소위 인간의 탈을 쓴 채 야수의 숨겨진 발톱으로 여성의 정조를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런 성의 도둑질 현상이 범람하고 있는 것은 몰래 훔쳐서 들키지만 안하면 완전범죄를 할 수 있다는 도둑의 심보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지위나 금전을 무기로 사회적 약자들을 정신적 육체적 올가즘의 배출구 쯤으로 생각하는 천박한 행위는  가장 비겁하고 추악하고 비인간적인 동물적 행위입니다. 약자인 여성을 성의 노리개로 삼아 자기만족을 취하는 행위는 성도착증 환자를 넘어 정조를 물건 다루듯 하는 도둑질의 한 행위라고 질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딸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소름이 끼칩니다. 만약 이번에 #me too 운동이 표면화되지 아니했다면 얼마나 많은 사회의 강자들이 약자인 여성의 정조를 유린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었을까, 그리고 그 행위가 얼마나 더 오래 계속되었을 가를 생각하니 #me too 운동의 스타트를 끊은 여성검사에게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내 스스로가 도둑질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좋은 물건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물건을 손에 넣고 싶은 욕망을 느끼듯이 남자들은 예쁜 꽃을 보면 꺾고 싶은 본능이 고개를 쳐듭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은 여성의 정조 도둑질입니다. 장발장은 배가 고파서 도둑질을 했지만 사회지도층은 직위를 이용한 일시적 쾌락을 위하여 여성의 정조를 도둑질합니다. 그리하여 여성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죽을 때까지 지울 수 없는 분홍글씨의 나락으로 몰아넣습니다. 헌데 익명으로 고발하면 발뺌하던 가해자들이 실명을 대면 사실을 인정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보면 가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썩은 고름은 터져야 완치가 됩니다. 그리고 빨리 터지기를 잘 한 겁니다. 장발장이 배고픔 때문에 빵을 훔쳤다면 엽색가들은 그들의 더러운 욕망충족을 위하여 정조를 도둑질하였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me too 운동에 동참하는 한편 직위를 이용한 정조도둑질을 막을 수 있는 법률을 시급히 제정하여 그 뿌리를 뽑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서 이 기회를 빌어 할아버지 진지를 해드리려고 아껴둔 쌀을 훔치고, 가방속의 돈을 훔치고도 거짓말한 이 아들을 용서해 주십사고 어머니 아버지께 엎드려 빕니다.


 출처;엉터리전도사에게서 받은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