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바위
청계 정헌영
앞산 암 바위
뒷산 숫바위
수억 년(億 年)이 된 바위
늘 마주 보며 웃어도
아직 웃을 일이 많이 남아 있나 보다
비바람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늘 그 자리에서
끄떡없이 눈 맞추며
속삭이는 사랑이 애틋하지만
까치가 날아와 두 바위 사이
사랑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니
사랑은 더욱 뜨겁단다
한 바위가 아프고 슬프면
또한 바위가 아프고 슬프고
또한 바위가 기쁘고 즐거우면
한 바위가 따라 기쁘고 즐거운
견우직녀처럼 오작교에서
만날 수는 없어도
평생 변함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단다
암수 바위 사이 얽힌 은밀한 전설
세월에 숨긴 사랑의 이야기만도
태산보다 높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