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죽음
인간다운 죽음을 맞는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삶을 마무리하는 시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어야 합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낯선 사람들로 둘러싸인 생소한 중환자실이 아니라 내게 익숙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친구들에게 “너희와 함께 한 세상이 참 행복했다”고 이야기하며 떠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선 말기 암(癌)으로 판정받은 사람의 97%가 항암치료를 받고, 호스피스 치료보다 5배 많은 비용을 치르면서도 병상에서 항암제 투여와 주삿바늘로 극심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제갈공명은 다섯 번째 북벌(北伐)을 떠나면서 자신의 죽음을 예지했습니다. 유명(幽明)을 달리한 유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북두(北斗)에게 기도를 올렸지요. 조금만 더 자신의 수명을 연장해 달라고, 간절하게. 그는 7일간 자신의 생명을 상징하는 등불을 지키려 했습니다. 마치 중환자실의 생명 연장 장치처럼. 그러나 사마의의 공격을 알리려고 달려오던 장군 위연이 등불을 밟는 바람에 그의 간절한 소망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제갈공명인들 주어진 명(命)을 어찌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웰빙도 중요하지만 웰다잉도 중요한 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도시화로 핵가족화 된 지는 이미 오랩니다. 또한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사는 것이 훌륭한 것인지를 고민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 어떻게 사람다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진지하고 엄숙하게 요구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 정서로는 자신이 원하더라도, 사실상 죽음의 판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죽음을 인정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하고 가족과 소통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요? 그런 평소의 노력이 인간다운 죽음을 맞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웰다잉 10계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죽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우리는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것도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진정한 행복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죽어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영혼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는 도서관이고 죽어가는 환자는 인생의 교과서라고 합니다. 남의 죽음을 도와주거나 천도재를 지내주면 그들이 삶의 비밀을 작은 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셋째, 나쁜 소식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진행 정도는 어떤지, 치료 방법과 목표는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넷째, 자신이 준비한 마지막 말을 오늘 하는 것입니다.
새는 죽기 직전에 슬픈 노래를 지저귀지만, 인간은 떠날 때 좋은 말을 남겨야 합니다. “사랑해, 고마워, 행복해”라고 임종 순간에 말하면 떠나는 내가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일 것 같지 않은가요?
다섯째, 슬픔이 불행은 아닙니다.
암에 걸리는 것, 주식 폭락, 이혼 외에도 죽음은 인간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슬픔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불행으로 연결되지 않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도 아주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여섯째, 통증 조절을 잘하는 주치의 알아둡니다.
육체적 통증과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는 의사를 친구로 만듭니다. 그것은 인생의 보험을 드는 것이나 마찬 가지 입니다. 마지막에 안 아프면 좋겠지만, 그래도 혹 모르기 때문입니다.
일곱째, 자신의 마지막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건강할 때 자신과의 마지막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세상만사가 자기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덟째, 암 환자는 지루해서 죽습니다.
마지막에 힘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면 좋습니다. 카페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것입니다. 새로 나온 영화를 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지내도 좋고, 아픈 나를 위해서 또 가족을 위해서 진리 전에게 기도하면서 보내도 보람이 있습니다.
아홉째, 남아 있을 사람을 위해서 미리 유언을 하는 것입니다.
유언 때문에 가족 간 싸움을 많이 합니다. 우리는 가도 재산은 남기 때문이지요.
열째, 마지막을 같이 하는 웰다잉 보호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혼자 놀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혼자 죽지 않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은 것과 나의 마지막을 잘 보내는 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진실한 웰다잉 보호자를 만나는 것이 잘 죽는 비결입니다.
어떻습니까? 이 웰다잉 10가지만 잘 지켜도 우리의 마지막이 그리 초라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출처;덕화만발카페에서 발췌 한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