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다시 홀로서며 ...서정윤

록원 2015. 8. 21. 08:30

다시 홀로서며 ...서정윤


 

 

 

 


1

마른 들풀 서걱이는 
바람 소리만 홀로 허허로운 
추억의 강가에 서서 
잠시 쉬어가는 철새 떼들의 
모래 속에 묻어야 할 기억들 
이젠 떠나야 하리, 홀로서기 위해 
쓰러져도 다시 서 있는 미류나무.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할 수 없다는 걸,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 속으로 끝난다는 걸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2

가야 한다면 가고 
아직 고통스럽다면 
오래 방황해야 한다. 
저 바람 지나는 들풀처럼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리고 
흔들리면서도, 
그 들판의 삶을 사랑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지. 

사랑한다는 말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없다. 

 


 

 


3

이젠 떠나자. 
전생의 끈으로 
이루어오던 사랑도 
다 나무 밑을 지나는 바람인 것을 
가슴 속에 살아있는 
어느 유목민의 사랑 흔적조차 
별빛 아래에서 빛나는 먼 전설이다. 

그냥 기다림으로 계속되는 
사랑을 찾아 헤메다 
깨어진 자신의 삶을 
그래도 살아야 하고 

이제 사랑은 
내 속에서 찾아야 한다. 
내 삶에서 진실을 보여야 하고 
그리고 사랑하여야 한다. 
먼 훗날 
또하나의 전설을 위해. 

 


 

 


4

하늘 푸른 들녘에 
그대 홀로 서서 
나에게 손을 내민다. 
쓰러진 내 모습이 
가련해서라면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다. 
그대 아직도 
나를 위한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기꺼이 그대의 밤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타리다.

 


 


5

사랑의 상처를 
또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선 안된다. 
고통은 
밤 하늘 개울음처럼 
자꾸만 서로를 불러내올 뿐 
아픔은 결국 
내 속에서 고쳐야 한다. 

절망하며 
사랑으로 난 문을 닫아도 
가슴속 깊은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6

먼 훗날 
사랑으로 하여 
내 몸이 깨어질지라도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두를 
나는 바칠 수 있다. 
아침은 언제나 
춥고 긴 어둠 뒤에 
오는 것. 
사랑을 위해 
바칠 수 있는 목숨이 있는 한 
나는 아직도 행복하다.